COLUMN



스포츠를 통해 바라본 먹고 살만한 세상

  • 임형찬 작가

  • 디자인

    김은비 디자이너

 
아시안컵으로 축구인들 사이에서 일본의 전력을 냉정하게 이야기하는 추세이다. 최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발언이 화제다. 요약하면 “아시안컵 우승하면 자만해서 한국 축구 망할까 봐 우승하면 안 된다”는 발언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영표 선수나 여러 선수의 ‘일본 축구 성장론’에 동의하면서도 손웅정 감독의 저 표현은 ‘고통으로 자극을 줘서 성장을 꾀한다’는 다소 올드하고, 때론 과격한 논리라고 본다. 아마 그 연장선에서 체벌을 일정부분 긍정한다는 뉘앙스를 피할 수 없는 발언임은 분명하다. 속칭 가십 위주의 자극적인 제목임을 인지한다 해도 말이다.

2002년 월드컵의 호성적 이후 더 많은 흥행과 투자가 이뤄졌듯 사실 스포츠 경기에서 실패하여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은 오히려 정부 정책급 조력으로 투자를 요한다는 논리와 다름 없다. 정상적인 발전은 국제대회 호성적과 내수 산업의 선순환이다. 실패에 의한 자극론은 시대와도 안 맞다.  




일본 축구를 보자.
일본은 스포츠로 먹고 살길이 되니 결과론적으로 스포츠 인구가 늘어난 식이다. 하다못해 회사원인 마라토너가 국제대회에 우승한 일도 있었는데, 우리나라 몇몇 언론은 회사원임에도 하루 35km씩 연습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 보도 이면의 내막을 긴히 살펴봐야 할 점이 ‘일반 전업 회사원이 평일 하루 35km 러닝이 가능하다고?’ 바로 이 점이다. 스트레칭이나 몸을 풀고 외 기타 훈련 포함하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의심하는 그것이 맞다. 실업 선수라는 것이다. 오전 일과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오후에는 회사 타이틀 달고 선수 생활하는 구조이다. 우리나라도 실업팀이 그렇다. 그런데 일본은 참으로 다양한 종목과 다양한 민간기업이 이 실업팀을 운영한다. 일본의 사회인 야구라는 것도 한국처럼 취미 삼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교 때 ‘고시엔’에 나가본 사람들이다. ‘준프로’라는 것이다.
일본은 중고교 체육부 활동의 호성적이 있는 사람 중 프로가 아닌 선수들에게 취업에 메리트가 있다. 마치 현대 그룹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 잘했고, 기초적인 학습력 있으면 입사시켜서 자사 실업팀에서 뛰게 하는 개념이다. 대학팀도 이런 구조다. 한국은 이런 취업 연계 체육이 안 되다 보니 소위 엘리트로 가는 것이고 스포츠 인구에서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사실 야구나 축구나 일본과의 대결 양상은 뻔하다. 단판 승부는 한국이 종종 이긴다. 야구가 그렇듯 말이다. 요새는 축구도 그렇다. 그런데 국가대표를 3배수로 정도 꾸려서 리그전을 하면 한국이 진다. 프리미어12나 WBC에서 우리가 일본에게 위협적이었던 것은 어차피 그 게임에 선발로 내세울 수 있는 톱 자원은 어느 정도 비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프로에서 K리그가 J리그보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살짝 착시다.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 호성적을 내는 전북과 울산 같은 팀은 리그 내 최우수 자원을 수집한 팀이다.
J리그는 그보다는 좀 더 고만고만한 수준으로 구성돼있다. 지역성이 더 짙고, 팀 수가 많아서 최고 선수들이 퍼져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J1, J2도 20개 팀인데 대부분 지역 연고 기업이 스폰서로 가입돼 있다. 박지성이 뛰었던 교토퍼플 상가는 리그 우승 경험이 없지만 스폰서가 닌텐도다. 즉, J1에서 J2까지 대기업이 지분을 가진 팀이 대부분이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방식, 일본  
야구는 중견기업 이하들이 먼저 시작해서 대기업은 소프트뱅크 외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J리그는 그야말로 대기업 판이다. 시민구단은 J3 에나 가야 나오는데, J3도 20개 팀이고, 그야말로 프로이거나 회사원 생활하면서 축구 선수로 뛴다. 최소한 먹고 살 방도가 마련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부’부터 지방 정부 예산에 의존적인 시민구단이 꽤 있다. 기업 소유나 참여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 향후 양국의 축구 대결에서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AFC 챔피언스 리그의 호성적도 옛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짙다. 이건 단순히 야구나 축구판이 아니라 배구나 농구를 비롯해 비인기 종목 전반에 걸쳐서 이뤄지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초엘리트로 국제대회에 두각을 나타낸 것이 없으면 그다음 기약이 없다. 적어도 중고등학교 때 말이다.
  사회적 공헌이니 ESG 경영이니 해도 실상은 이런 부문에 큰 투자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당장 구단 소유 바뀌었다고 몰락하는 기업 구단도 있지 않나? 일본은 한 기업이 부담스러우면 지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운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역 스포츠 선수 중 두각을 나타내지만, 국제대회 급이 아니더라도 실업 선수로 고용하는 체제다. 여기서도 은퇴하면 뭐 그냥 회사원으로 살 것이다. 이런 구조적 비교하면 한국 축구는 꽤 암울하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유소년 투자하느니, 주말 리그를 운영하느니 해도 결국 그 선수들이 몇 개 없는 프로팀이 아닌 이상 사람다운 미래를 가질 수 없다. 자본주의적 사고로는 사실 지역구단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든 스타디움이니 클럽 하우스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그 레버리지로 구단을 운영하게끔 해야 하는데 우리는 모두 시도 소유의 스타디움을 빌려서 한다. 이는 성장도 정체된다는 의미다. 기업들 입장에서 홍보 가치 외에는 큰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과도 같다.  
최근 수원FC가 수원 월드컵 스타디움을 같이 쓰자고 하는데 정부는 수원 월드컵 스타디움이나 상암이나 연고 팀이 구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동으로 쓰는 산시로는 인테르와 AC밀란 구단이 공동 소유다) 외국의 대부분 스타디움은 축구 외에도 콘서트와 전시까지 겸하는 형태로 리모델링 했거나 중이다. 그 투자를 민간이 하도록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 시설공단이 그저 관리만 하는 것이 되어버리니, 프로 구단 투자에 발전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리 투자가 안 되니 선수들이 먹고 살 일도 안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나 의원, 국회의원까지 스포츠 산업에 대해 사실상 무지하고, 관심조차 없다고 본다. 문체부 차관 자리에 스포츠인이 앉아 있으면 뭘 하나? 선수 처우 어쩌고 해도, 산업적으로 바라보질 못하니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시 손웅정 감독 발언에 주목한다
한국 축구 역사상 역대급 성공을 이룬 선수의 아버지이자 트레이너의 혼자 생각이자 지극하게 개인적인 성공 관련 견해일 뿐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절대 저리 말하면 안 된다.  한국 축구의 발전? 대부분 축구인은 유소년 잘 키워서라는 말은 하는데 그 유소년 키우면 어떻게 먹여 살릴 건데? 질문에 대해서는 “공부도 병행해서.....(어쩌고)”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 정도까지 준프로로 키웠으면 보통처럼 먹고 살면서 즐기는 정도까지는 있어야 한다. “넌 3~4등이니까 이제부터 대학에 가서 취직하렴” 역시 정답은 아니다. 돈이 나오는 구단이 많아야 선수 수요가 많아져서 즐기면서 먹고 살 일이 생긴다. 돈이 나오는 구단이 생기려면 국제대회 호성적과 인기 그리고 기업이 스포츠가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레버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구단이 자기 경기장도 못 가지고, 개별적 경영도 못 하는데 무슨 유소년인가? 프로 안 되면 인생 실패자로 매도하는데. 그렇다고 실업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결론인즉
상기 이런 구조는 우리나라 스포츠가 이데올로기적 대결로 국위라는 목표에 치중한 결과라고 본다. 산업으로서 접근하지 않은 것이다. 자꾸 공약으로 뭘 짓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하는 건 한계가 분명 있다. 정부는 일정 측면의 규제를 푸는 정도의 역할만 하면 된다.
‘니들이 짓고 니들이 쓰고, 망하든 말든 니들이 알아서 잘 경영해라’ 정도의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재정적인 컨트롤은 협회나 연맹이 알아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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