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에 가까운 규모의 경제
공공연한 자리에서 자주 스티브 잡스를 존경하고 있다고 밝힌 샘 올트먼은 모두가 알다시피 인공지능 ChatGPT로 전 세계를 뒤흔든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또 어떤 미래를 위한 갈증이 있는 것인지, 인류문명에 어떤 지대한 발전을 이룩하고 싶은지 1경에 가까운 9,350조(환율에 따라 1경에 이를 수 있는 규모)의 펀딩을 구한다는 소식이다.
실제 상기 금액 단위 투자받음이 가능할 시 기업가치는 최소한 10경에 이를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시가총액 합산(6조 달러로 대략 7,980조)을 넘어선 수준이다. 제아무리 막대한 투자가 몰리는 미국 ‘정보통신 기술(ICT)’ 업계일지라도 유래를 찾기 힘든 최대 규모다.
공식적으로 확보될 자산으로 어떻게 쓸지에 대한 건 아직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분명한 건 글로벌 반도체 업계 구도를 완전하게 바꿀 반도체 설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설계뿐만 아니라 생산시설까지 건설해 독자적인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올트먼은 이런 천문학적인 투자처로 우선 중동의 오일머니를 꼽은 듯 보인다. 올트먼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도’ 국가안보 고문 만남에 이어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동생 ‘셰이크 타흐눈’ 국가안보 고문도 몇 차례 만난다. 참고로 셰이크는 AI 업계 신성으로 주목받는 G42를 설립한 인물이다. 일본의 투자 거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역시 만나 자신의 빅픽처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7조 달러면 주요 AI 반도체 설계·생산과 관련된 모든 기업을 인수하고도 남을 자본이다. 단순 산수로만 봐도 어마한 수치다. 현재 GPU를 발명하고 AI, HPC, 게이밍,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자율주행 자동차, 로보틱스 발전을 세계적으로 이끄는 엔비디아 시총이 1조 7,800억 달러다. 말이 필요없는 대만의 TSMC가 5,314억 달러다, 국내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005930)는 3,700억 달러(442조 원)다. 등등 이런 거대 기업을 몇 개 더 합쳐 놓은 회사 총액을 넘어선 금액이다. 단순하게 자신의 절대적 기술력 오픈AI의 반도체 수급난 해결에만 포인트가 맞춰졌다면 이런 회사들을 인수하려 달려드는 게 더 빠를 수 있다고 보는 분석이다. 하지만 올트먼은 오픈AI만이 아니라 AI 생태계 전반을 뒤바꿀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트먼이 그리고 있는 향후 10년 계획은 팹 증설?
올트먼을 오랫동안 보좌하던 참모도 그렇고 동종 IT업계 관계자들도 당장 올트먼이 그런 계획이 있을 것이란 것에는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2024년 2월 기준, 현재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쥔 독점력이면서도 독보적인 성능은 단순 고사양의 기술력에 있지 않다. 엔비디아만의 소위 넘사벽은 지난 15년 이상 쌓여 온 CUDA 생태계 구축이다. 오픈AI가 이런 CUDA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문법을 익혀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15년간 쌓인 라이브러리를 포기해야 하는데 이는 오픈AI가 백지에서 새로의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도전 정신에 그 어떤 철벽의 준한 장애 요인은 없다고 보고 시도함이 맞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현실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점이다. 한 마디로 엔비디아를 뛰어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들기도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앞서 언급한바 가장 중요한 CUDA의 기술적 벽을 넘어설 신기술은 그 어떤 기업의 인수합병도 쉽지 않다. 그만큼 엔비디아는 세계적으로도 독점적 독보적 기술력 기업이다. 이런 현실에서 오픈AI가 진정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올트먼은 앨론 머스크처럼 중요 결정 시기마다 엑스(X, 옛 트위터)를 활용한다. 올트먼이 X에서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세계가 현재 계획 중인 것보다 더욱 많은 AI 인프라가 필요하다. 대규모 AI 인프라와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올트먼의 합리적인 의중 추론인 ‘AI 인프라’는 공장(팹) 용량과 에너지, 데이터센터로 많은 이들이 보고 있다. ‘반도체 설계’는 애당초 예상대로 빠지고, 팹 증설에 관심이 컸다. 올트먼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런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트먼은 올해 첫 행보로 세계 팹 시장의 주요 산맥이라고 하는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내방에 이어 3월엔 인텔의 처음 파운드리 포럼에서 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다. 따라서 올트먼의 1분기 중심은 주요 파운드리·메모리 제조사와 모두 접선을 끝낸 형국이다.
왜 첫 투자처로 UAE였을까?
초반에 언급한바 올트먼이 처음 접선한 인물은 UAE에서도 결정권이 지대한 UAE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도’ 국가안보 고문으로 그는 현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동생이다. 알 나흐얀 대통령은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를 쥐락펴락하는 실권자다. 그런 그의 동생을 만나 10년 후의 아랍에미리트(UAE) 미래의 성장 동력을 논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실제 공식 석상에서 UAE 국가안보 고문은 10년 후의 UAE 먹거리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무바달라 포트폴리오 중에 반도체 파운드리가 있다. 바로 과거 AMD 팹이던 글로벌파운드리다. 글로벌파운드리는 한때 세계 3대 파운드리 사(社)였지만 TSMC와 삼성전자 밀려 지금은 한참 낙오한 업체로 전락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숨은 전력은 완전하게 사그라진 곳이 아니다. 그런 곳을 올트먼이 글로벌파운드리 최대 주주인 UAE를 찾아 거액 투자를 요청한 것이다. 이는 향후는 더 AI(인공지능)으로 더 많은 수요가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거대 공룡인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이 있어도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내 정치권 설득에도 적극적인 올트먼?
올트먼은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도 자리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지원 대상에 미국 본사를 둔 글로벌파운드리를 포함을 요청한 걸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초 엔비디아를 추가 규제하겠다고 한 점은 해당 자리에서의 관계성이 없다고 보여지지 않는 대목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보호무역으로 포장된 국수주의로 빠질 조짐이 다분한 현재의 미국 상황 즉 대선 국면에서 올트먼은 그 점까지 염두하고 정치적 행보가 위시한 경제 상황 계획을 짠 모양새다. 참고로 글로벌파운드리 본사는 뉴욕에 있다. 이런 이점을 살려 미국 정부가 어디에 힘을 실어줄지 UAE에 더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목표로 한 투자금 7조 달러 모두가 파운드리에 올인할 올트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과감한 인프라 전환을 위한 자금이 있어야지만 지금의 올트먼 시각을 바꿀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올트먼은 AGI(일반인공지능) 달성에 현재의 반도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린 건 분명해 보인다. 2023년 세계 반도체 총매출이 5,270억 달러(약 700조 원)였는데 시장을 바꿀 자금으로 7조 달러는 이것 대비 10배(이상)다. 근거는 그래서 나온 걸로 추론된다. 더불어 올트먼 주 전공이 AI가 아닌 투자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모한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란 방증이다.
원 기준 우리나라 환율에 따라 어느 시점엔 ‘1경에 이를 정도의 거액을 투자받겠다는 올트먼의 계획은 현실화가 될까?’에 앞서 AI로 세상을 완전하게 바꾼 경험이 있는 올트먼이기에 이를 괜한 객기 정도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그의 언행 하나하나에 주목은 우리 증시와 경제에도 매우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10년도 그랬지만 향후 10년은 더 치열한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는 국가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올트먼 같은 호기가 우리네 청년들 사업가에게도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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