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와퍼 단종으로 어그로 끈 버거킹, 이를 통한 시장 논리

“버거킹은 지난 4월 8일 오전 홈페이지와 앱 공지를 통해 “40년 만에 와퍼 판매를 종료합니다”라고 전했다. 와퍼는 버거킹 하면 떠올리는 간판 메뉴로, 불맛을 내세운 대표적인 미국식 햄버거다. 경쟁사인 맥도날드의 빅맥과 비견되는 메뉴이기도 하다. 버거킹은 이날 공지에서 “1984년 종로점에서 시작한 버거킹 와퍼는 한국인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라면서 “와퍼의 마지막을 오는 4월 14일까지 함께 해달라”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안 팔겠다는 소리와 같다”라는 아쉬움과 불만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소비자 A씨



결국 해프닝?
‘와퍼 리뉴얼’이란 헤프닝으로 정리가 됐지만 주목해야 하는 건 왜 버거킹이 어그로를 끌었느냐다. 2016년에 버거킹을 인수한 ‘어피너티’가 세운 방향성은 외형 확장이었다. 2012년에 매출 2천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이었던 버거킹은 전 소유주인 VIG파트너스가 인수해 4년 만에 매출 2,500억 원, 영업이익 108억 원으로 되살려 놓은 상황이었다. 전국에 266개 점포로 2,500억대 매출과 4~5%대 영업이익까지 만든 상황이니 이제 이걸 매수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려면 규모를 키워야 했다. 실제로 이후 버거킹은 점포 수를 늘려나가 맥도날드를 추월해 470여 개까지 확장했다. 그리고 매출 또한 7천억 원대로 3배로 늘린 상황이다. 물론 매장 수만 늘린 게 아니라 와퍼 원툴로 치부되던 버거킹에서 신메뉴를 잔뜩 개발하고, 할인 쿠폰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만든 결과였다.

결과인즉 규모는 커졌는데 이익이 늘지 않았다. 버거킹 운영사인 BKR 영업이익만 보더라도 2017년에 14억, 2018년도에 87억, 2019년도에 181억, 2020년도에 81억으로 늘어난 규모에 비하면 뒷걸음질에 가까웠다. 그나마 21년에 248억을 기록하긴 했지만 22년엔 다시 78억으로 후퇴했다. 이런 상황이니 버거킹을 매각하고 싶었던 ‘어피너티’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2023년 BKR은 영업이익 239억이라는 대반전을 이룬다. 이것만 보면 성공적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본질은 매출
일단 매출이 감소했다. 버거킹 매각 전략 핵심은 규모를 키우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그려왔지만 이게 어피너티 인수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반등은 했지만, 까보면 매출원가, 그중에서도 원재료와 저장품 사용에서 260억을 절감했다. 이게 영업이익증가의 핵심이었다. 즉, 원가 절감. 그중에서도 재료비를 아낀 걸로 영업이익을 늘려놨단 뜻이다.

식품에 있어 재료비 절감은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게 되어 있다. 특히나 버거킹은 와퍼를 고수하는 매니아층이 두터운 편이다. 원재료의 변화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맛이 변했다고 인지할 수 있는 요소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충성 브랜드 팬들이 등을 돌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쯤이면 2023년 BKR이 ‘팀 홀튼’을 국내에 유치한 이유도 이해가 갈 것이다. 참고로 BKR은 버거킹과 함께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 홀튼’의 운영사이기도 하다. 그간 버거킹은 성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성장을 위해 이익의 감소도 감내했지만 갈수록 매물로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 처했다. 그게 작년 들어서는 성장마저 주춤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팀 홀튼’을 BKR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다. 매각 측면에서도 버거킹 단독보다는 팀 홀튼과 붙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시 ‘와퍼’로 와서.
버거킹이 어그로를 끌면서까지 와퍼의 ‘리뉴얼’을 선언한 행동을 이 맥락에서 이해해 필요가 있다. 와퍼는 버거킹의 핵심 아이템이기에 변화 주기가 어렵다. 와퍼에 함부로 변화를 줬다간 예전의 그 와퍼가 아니라며 반발하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를 주되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은 새로 만드는 것이다. ‘뉴 와퍼’란 신메뉴로 출시한다면 그간 그래왔던 것처럼 와퍼 매니아들에게 외면받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기존 와퍼를 새 와퍼로 대체하면 그나마 변화를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물론 그러면 기존 팬들 중 일부는 떨어져 나갈 수 있겠지만 다수의 소비자를 지킨다면 이익률은 개선될 것이다. 영업이익률 1%대의 상황이 지속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진짜 이유는 BKR 내부만이 안다. 하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보이는 요소들로 유추해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핵심은 일관성  
사람들은 잘 되는 것엔 대체로 변화를 주지 않는다. 큰 변화를 준다는 것은 최소한 의사결정권자는 ‘상황이 쉽지 않다’라고 보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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