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메신저 시장에서 1위 ‘라인’
한국은 사기업임에도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한 ‘카톡’이 있다면 일본은 ‘라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국민 대부분이 카톡을 쓰고 있다 보니, 라인 이용률이 높지 않지만, 이전 카톡 대란이 일어났을 때 카톡 이용자들이 '라인 메신저'를 임시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현재 네이버 ‘라인’이 한국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지만,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권에서는 한국에서의 카카오톡처럼 국민 메신저 기능 및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1억 2,200만 명의 일본인 중 9,600만 명이 ‘라인’을 쓰고 있고, 2,300만 명의 대만인 중 2.200만 명이 ‘라인’을 쓰고 있다. 태국(7천만여 명) 역시도 라인 이용자만 5천만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렇게 ‘라인’은 아시아에서 압도적 1위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
국가 규모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메신저임에도 연 3회 이상 잦은 서비스 장애를 겪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전자정부, 공공서비스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카카오톡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추세에서 데이터 백업, 서버 이원화 등의 재난 대비가 미비한 모습을 자주 보여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카카오로부터 독립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매번 커져만 가는 편이다. 메신저로서 편의성이 더욱 높은 라인이나 텔레그램이 대체재로 자주 언급되지만, 이미 사회 전반이 카카오톡에 깊이 익숙해져 있다. 수많은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기관 등에서도 카카오톡을 통해 인증서비스 및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르고 이쪽의 점유율은 2016년 조사에 의하면 무려 95%로 사실상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또한 한국에서 텔레그램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좋지 않은 앱으로 인식되고 있어 대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 외 라인과 같은 메신저는 인지도가 너무 낮아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압도적인 점유율로 인하여 경쟁사인 네이버가 소극적인 태도도 카카오톡이 입지를 더 강화하는데 일조한 측면이 크다. 일본판 라인에 비하면 한국판 라인은 그 기능이나 서버 안정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용률 저지의 주된 이유익도 하다.
라인 메신저의 탄생, ‘첫눈’과의 인연
‘라인 메신저’ 역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10억으로 설립된 검색 엔진 개발 회사 ‘첫눈’은 신생 기업임에도 자체 검색 서비스 기술이 워낙 뛰어나 ‘한국의 구글’이란 평가받던 회사였다. 당시 국내 1위 검색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자리를 위협할 정도였다. 네이버는 ‘첫눈’을 350억을 주고, 지분 100%를 사들였다. 당시 ‘첫눈’은 정식 서비스를 내지 못한 상태라서 서로에게 좋은 선택이었다. 이때 네이버는 ‘첫눈’의 기술력과 인재들을 모두 흡수하면서 굴지의 포털로 국내 자리를 더 공고히 했다.
‘첫눈’을 만든 이들은 장병규, 신중호였다. 장병규는 지금의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의 창업자였고, 신중호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며 현재까지도 CPO 기지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 라인을 기획하고 개발하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신중호는 첫눈을 네이버에 매각하고, 그로부터 2년 뒤에 라인의 전신 NHN 재팬 이사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첫눈’ 기술진들과 라인의 모든 프로젝트를 직접 총괄하며 개발을 착수한 인물이다. 지난 2011년 6월 최초로 라인은 당시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지금의 일본 메신저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라인이 단기에 일본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의 지리적 특성도 한몫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연결하는 각종 통신망이 망가지면서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이때 일본 국민은 유사시를 대비해 통화 없이도 주변 사람들과 연락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었고, 이 필요를 신속하게 파악해 낸 신중호 대표가 전화 없이 인터넷 연결을 통해 연락할 수 있는 라인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라인은 지속적인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등극하게 됐다. 물론 라인이 단순히 서로 대화를 위한 플랫폼 기능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카카오톡도 마찬가지다. 단순 메신저 기능만을 고집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기업이 될 수 없었다.
일본 결제 서비스 경쟁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는 필수였다. 라인은 이를 결제 서비스로 보고, 일본 페이 시장에서 우위적 잠식을 위해 다양한 기술력을 누적해 갔다. 당시 우선적 모델로 삼은 곳이 일본 야후를 가지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였다. 지금은 야후가 구글 등의 경쟁사들로부터 밀려 대부분 국가에서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일본에서만큼은 한국의 네이버 이상으로 점유율이 높은 포털 사이트이다. 네이버 라인 페이는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와 시장 점유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양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양사 모두는 우위를 위한 쟁탈이 극심해지면서 지속되었다. 한편 라인이 한국 기업이다 보니 일본에서 사업을 더 확장에 어려움이 컸다. 더욱이 잊을 만하면 반한 감정을 가진 극우 일본인들이 라인을 “일본 것이냐? 한국 것이냐?”라면서 뉴스화 시켰다.
네이버의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라인과 야후 합병
이해진 네이버 대표는 “라인 본사가 일본에 있고, 이사진 과반수 일본이며 일본 법으로 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내고 있다”라며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았다. 네이버 측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종국에 일본 페이 시장을 차지한들 언제고 반환 감정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고도의 현지화 전략을 위해 2019년 11월에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 야후와 합병 절차를 밟고, 라인 야후를 만들었다. 통상 기업 간 인수합병 시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 어느 한쪽이 조금 더 많은 지분을 갖지만, 합병 구조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를 50대 50 지분으로 만들고, A홀딩스가 라인 야후의 지분의 65%를 가지는 구조로 만들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A홀딩스 구조를 자세히 보면 소프트뱅크 50%, 네이버 42.25%, 제이허브 7.75% 였는데, 제이허브는 네이버의 자회사라서 실질적으로 지분 구조가 50대 50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이사회 의장을 소프트뱅크가 맡고, 다섯 명의 이사회 중 세 명을 소프트뱅크에서 지명하게 되어 있기에 실질적인 경영권은 소프트뱅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 측은 그렇게라도 해서 소프트뱅크를 앞세워 국적 논란을 줄이고 싶은 목적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일본 페이 시장의 1~2위가 합쳐지면서 일본 페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계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게 됐다.
라인 해킹으로 ‘일본 안보 우려’ 시발(始發)
일본 검색 엔진 1위와 일본 메신저 1위 라인이 손을 잡아 일본 시장을 공고히 하나 싶었는데 2023년 말,한국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가 해킹당하면서 일본 라인 사용자 정보 51만 건이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일본 현지에서는 일본의 대표 플랫폼 운영을 한국 회사가 관여하고 있고, 일본인들의 세세한 정보가 한국 서버에 저장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 자본이 들어 있는 라인이 일본의 사회 인프라에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 단순 서비스를 넘어서 국가안보 차원의 증대한 사항이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라인 야후‘에게 행정 조치 명령을 내렸다. 쉽게 생각하면 “너희 개인 정보를 똑바로 관리 안 할래?”라며 경고한 것이다. 라인 야후는 신속하게 재발 방지 및 개선책을 마련해서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총무성은 불충분하다며 2차 행정 조치를 또 내렸다.
네이버의 일본 총무성 조치와 협상 전략 분석
이러한 행정 조치가 한 기업에 두 번 이상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총무성은 각종 시스템 업무를 한국 기업 네이버에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보안 대책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다시 자본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지만 사실상 총무성은 네이버 지분을 줄이라는 강제한 것이다. 소프트뱅크에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라는 의미다. 일본 총무성은 일본 내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이다 보니 사실상 이는 권고가 아닌 명령이다. 만약 이 행정 지도를 따르지 않으면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일본에서 장사하기 어렵다는 협박인 셈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 역시 이를 자국 및 모바일 보안 문제라 보고, 안보 차원의 조치일 뿐이라고 애써 총무성의 개입은 없었다고 하지만 결국 미래 먹거리 전쟁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 산업이라고 불리는 AI 즉 IT 산업을 발전하는데 있어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따라서 데이터 주도권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게 있으니 데이터에 대한 주권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역사적으로만 봐도 정부가 기업사냥을 마음먹고 하면 다른 나라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편 중국과 미국의 틱톡 사태를 예로 들면서 적대국의 기업에나 적용할 법한 과도한 조치라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미일(美日)도 그렇게 동맹관계를 유지하다가도 1980년대 미국이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을 독식하던 일본의 반도체 시장을 다 빼앗고자 온갖 규제화 관련된 소송을 진행했다. 새삼 국제 관계에서 친구, 우방은 실제 없다는 방증이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 (미국의 제재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사실상 세계 시장에서 존재가 희박해졌다. 이때 반도체 산업에 큰 수혜국이 한국이다.
여러 가능성 중 하나
물론 일본은 공산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지분에 대해서 강제로 접근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현재 일본 정부 강경 일변 태도로 봐서는 네이버가 어떻게든 지분을 매각하게 각종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득 ‘우리가 미국이었으면? 일본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갔을까?’ 왜냐면 미국기업인 메타(구, 페이수북)의 인스타도, 유튜브도 일본인들이 다 사용 중이니 이런 예상은 결코 억측이 아니다.
네이버는 득실을 신중하게 따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지분을 안 팔 수는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지분을 모두 매각할 일은 요원해 보인다. 한순간에 기술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7.7%인 제이허브 지분을 가지고 협상할 수 있다는 계산법도 있다. 사실상 세계 시장을 삼킨 구글이 유일하게 기를 못 펴고 있는 한국에서 네이버는 사기업을 넘은 국가 공공재 이미지이기도 해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든 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가 제시하는 조건들이 좋다면 지분을 매각한 현금으로 다른 사업에 재투자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말이 있다.
“내가 무릎을 꿇는 건 더 치고 나아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네이버는 지금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포함한 해외 사업의 경제 가치를 더 충분히 고려하면서 대응할 수 있다. 라인 야후는 2차 행정 지도에 대한 대책을 다시 7월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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